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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유부자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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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0-10-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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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부자집 이야기


시흥 땅에 큰 부자가 살고 있었는데 그가 부자가 된 데는 그만한 내력이 있었다. 그는 성이 유씨이며, 이 고을에서는 유명한 의원으로 평판이 높게 나 있었다. 그런 관계로 한번은 그가 나라에서 중국에 가는 사신(使臣) 일행과 함께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가게 되었는데, 황해도 어느 고을에 들어서면서 해가 저물어 하룻저녁을 쉬어 가게 되었다. 유의원이 한참을 자다 보니 때는 잘 모르겠으나 평소에 안 하는 버릇으로 밤중에 뒤가 마려워 변소에 나가 앉았을 때였다. 별안간 화등잔만한 불 두 줄기가 나란히 훤하게 빛을 내며 들어왔다. 깜짝 놀란 유의원은 '저런 놈의 호랑이가...' 하며, 뒤를 보는 둥 마는 둥하고 벌벌 떨고 있었는데 변소 문턱까지 바싹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 호랑이의 행동은 사람이 있는 것을 알고 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였다. 그러더니 슬쩍 돌아서서 궁둥이를 들이대고 웅크리고 앉아서 자꾸 돌아다보았다.

 
"네가 날보고 올라타라는 얘기냐?"
하니 호랑이라 말을 못 하지만 알아들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의원도 이쯤 된 바에 도리가 없다고 생각하여 일어나서 호랑이 등에 업혔다. 호랑이가 일어서서 처음엔 성큼성큼 내닫더니만, 차차 속도를 더하는데, 마치 날아가는 것 같았다. 삽시간에 몇십 리나 달렸는지 깊숙한 산골짜기에 그래도 제법 널찍한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호랑이들이 큰 놈 작은 놈 할 것 없이 수십 마리가 빙 둘러앉았는데 그 중에서 한가운데 앉은 호랑이는 키도 크고, 눈썹도 허옇게 센 것이 입을 딱 벌리고 앉아 있었다. 그러곤 자기를 업어온 호랑이가 몸짓으로 자꾸 어미 호랑이 쪽을 가리킨다. 유의원은 벌리고 있는 입을 봐달라는 것으로 짐작을 하고, 달빛에 자세히 입을 들여다보니, 시집가는 색시를 잡아먹다가 족두리 낭자의 용잠(龍簪,비녀)이 입 안에 곤두서서 입을 못 다물고 있는 것이었다. 빼주긴 해야겠는데 비녀를 빼고 손을 뺄 때 물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주춤하고 쳐다보니, 호랑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유의원은 호랑이 입에다 손을 넣어 더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빼내고, 의원이라 상비약을 늘 가지고 다녔으므로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어 상처에 발라주며
"아무리 미물의 짐승이기로서니, 신행길의 색시를 잡아먹다니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 앞으로는 그런 악착한 짓을 삼가도록 해야 한다. 입 안의 약은 새벽까지 내버려두면 점점 나을 것이다."
독백하듯이 말을 했다. 호랑이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엄숙한 표정이었다. 다시 업어온 놈보고 일렀다.
"사람을 이 먼 곳까지 데려왔으면 의당 도로 데려다줘야 할 게 아니냐?"
했더니, 그러하다는 듯이 등을 돌려대었다. 다시 업혀오면서 생각하니 이놈이 아까 그 늙은 것의 아들이 되는지는 몰라도 제일 힘이 센 놈인 것 같았다. 얼마 동안을 달려오더니 떠났던 장소에 되돌아왔고, 밤이 아직은 새지 않은 때였다. 호랑이 등에서 내려서 막 댓돌에 올라서려고 할 때 이런 변이 있겠는가. 호랑이는 소리를 내더니 자기의 신발 뒤꿈치를 물어뜯는 것이 아닌가.
"은혜도 모르고 당장에 배은망덕을 해도 분수가 있지. 이럴 수가 있나"
하고 무엇이고 손에 잡히는 대로 들고서 위협하고 쫓고 싶은데 지팡이고 작대기고 아무것도 없었다.
"크앙!"
하고 또다시 덤비는 것이었다. 아무리 손짓으로 쫓으려고 해도 물러가지는 않는다. 마침 댓돌 옆엘 언뜻 보니, 수박덩어리만한 돌멩이가 하나 놓여 있는지라 그놈을 들어 얼러대니까 비실비실 물러갔다. 댓돌에 올라서면서 집어던졌더니, 돌아서기가 무섭게 또
"크앙!"
하고 덤벼들고 그러다가 돌멩이로 얼러대면 달아나고 내려놓으면 또 덤빈다. 몇 번이나 이렇게 되풀이하자 결국 할 수 없이, 덤비고 밀리고 하면서 실랑이를 하다가 방안까지 그 돌을 들고 들어가게 되었다. 아무리 담력이 센 사람이라도 밤새 이 곤경을 치르니 지칠 대로 지치고 말았다. 방에 들어오니 호랑이는 어디론지 가버리고 유의원은 정신없이 자는데 깨우는 소리가 났다. 선잠을 깨어 기지개를 켜며 눈을 비비고 방안을 둘러보니, 방 윗목에 금덩어리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호랑이를 쫓던 돌맹이가 아니었던가? 호랑이가 은혜를 갚기 위하여 가져다 준 치료비였다. 그래서 유의원은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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